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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글리버 1기>너와의 타임루프

계속해서 반복되는 무한 번의 루프 중, 한 번쯤은 네가 나에게 햇살처럼 환한 미소를 지어주지 않을까?


의문의 팔찌를 길에서 주웠던 그날부터, 14살 나의 오늘은 벌써 셀 수도 없을 만큼 무수히 반복되고 있다. 평범한 하루일 줄로만 알았던 오늘이 나를 빼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만의 영원한 "오늘" 이 되어버렸다. 나는 이 지루하고, 고독하고, 무섭기도 한 이 타임루프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걸 다 해보았다. 아예 다른 사람인 듯 오늘을 살아보기도 했고, 팔찌를 부숴보기도 했으며, 심지어는 죽어보기까지 하였다. 하지만 어이없게도, 오늘은 또다시 그 팔찌와 함께 내게로 돌아왔다.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. 그렇게 반복되고 반복되는 "오늘"에 지치고 지쳐버린 난, 아주 오랜 시간 동안, 오직 "오늘"만을 무감정하고 무기력하게 살아왔다. 이걸 산다고 하는 것이 맞는걸까,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말이다. 하지만 나의 그런 무감정하고 무기력한 마음은 학교 옥상에서 너를 처음 본 그 순간, 눈 깜짝할 사이에 깨져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. 그 마음들이,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너라는 햇살에 살살 녹아 사라져버렸다. 그러다 난 정신을 차리고 생각했다. "아니야. 안돼 이 바보야. 어차피 오늘은 다시 반복될거야. 저 아인 날 기억도 하지 못할 거라는 걸 잘 알잖아." 나는 재빨리 옥상을 벗어나려고 했다. 하지만, 나의 마음이 나를 그 아이 쪽으로 끌었다. 나는 복잡해진 마음을 안고 그 아이와 애매한 거리를 두며 잡은 자리에서 멍하니 하늘만 올려다보았다. 이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지. 그런데, 그 아이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. "너도, 하늘 보러 왔어?" 나는 놀라서 얼떨결에 그 아이에 말에 답했다. "어? 아....으...응." 그 아이는 차분한 태도로 내게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. "나만 아는 곳인 줄 알았는데......그나저나, 너도 하늘 보는거 좋아하는구나?" 안되는데. 이러면 안되는데. 정들면 안되는데. 좋아하게 되면 안되는데......나는 애처롭게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내게 점점 다가오는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. 그 아이의 걸음 걸음마다 심장이 두근대며 동요하는 것이 느껴졌다. 그 아이는 자신과 같은 취미를 가진 내가 반가웠는지, 여러가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였다. 나도 처음엔 조금만 이야기하다 가려고 했지만, 아무것도 없이 지루하기만 했던 이 "오늘"에 갑자기 찾아온 네가 반갑기는 나도 마찬가지였기에, 의지와는 다르게 자꾸 말을 하게 되었다. 그러다 그 아이가 말했다. "우리, 학교 째고 놀러갈래?" 어차피 반복되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오늘이었기에,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. 다음에 반복될 또다른 오늘이 더욱 괴로워지겠지만. 나는 그 아이를 따라 학교를 나섰다. 우리는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인형뽑기도 하고, 네컷 사진도 찍으며 아주 늦게까지 즐겁게 놀았다. 밤 11시 58분이 되어서야 간신히 나의 타임루프를 기억해낼 정도로 즐거웠다. 지금이 11시 58분이라는 것을 자각하며, 이제 끝나겠구나...... 그렇게 생각하던 차에 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. 그 아이는 내게 물었다. "이 팔찌는 뭐야? 되게 예쁘다." "아. 이거.....선물....받은거야." 사실대로 말해봤자 안 믿어줄 게 뻔하기에, 어차피 기억하지 못할 게 뻔하기에, 거짓말을 했다. 그 아이는 눈을 빛내며 말을 이어갔다. "만져봐도 돼?"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. 11시 59분. 또다른 오늘이 반복되기까지 고작 1분밖에 남지 않았다. 나는 체념하고 눈을 감았다. 하지만 내가 다시 눈을 뜬 순간,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. 팔찌에 그 아이의 손끝이 닿은 순간, 팔찌가 "툭" 하고 끊어져버린 것이다. 그때의 시각은 12시 1분. 그 아이는 내 눈 앞에 그대로 있었고, 내게 세상에서 가장 예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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