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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글리버 1기>아빠가 준 마지막 시간

"아, 싫다고!"

"엄마 말 들어, 김도현!  이게 다 너를 위한 거라니까!"

"내 인생이니까 내가 결정할 거야! 참견하지 마!"

나는 쾅 소리나게 방문을 닫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. 오늘따라 돌아가신 아빠가 더 보고 싶었다. 희미하긴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바에 따르면 우리가 가족여행을 가는 중에 졸음 운전을 하던 덤프트럭이 우리 차를 들이받았다. 덤프트럭에 부딪힌 우리 차는 가드레일을 넘어 그대로 추락했다. 뒷좌석에 있던 나와 엄마는 운 좋게 목숨을 건졌지만, 머리에 큰 부상을 입은 아빠는 결국 엄마와 내 곁을 떠나갔다.  아빠가 떠난 후 우리 가족의 생계는 급격히 어려워졌다. 엄마는 닥치는 대로 모든 일을 하면서 어렵사리 생계를 꾸려갔지만 돈은 여전히 부족했다.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내 교육에는 손을 놓지 않았다. 엄마는 나를 잘 키우는 것이 돌아가신 아빠를 안심시켜 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.  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. 공부만이 성공할 수 있는 길도 아니고, 지금 나에겐 아빠없는 아이라고 놀려대는 아이들이 가장 큰 고민이자 문제인데, 그런 일에는 신경도 안 쓰고 내 공부에만 집착하는 엄마가 야속했다. 게다가 내 오랜 꿈인 프로게이머를 접고 좀 더 돈이 되는 다른 일을 하라니! 이게 과연 아빠가 원하는 것 일까?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진 나는 거칠게 창문을 열었다. 방충망도 없는 이 작은 방이 행복으로 가득 찼던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나를 짓누르는 슬픔과 그리움만이 미어터지게 꽉 차 있을 뿐 이었다.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. 공부에 집착하는 엄마도, 나를 놀리는 아이들도 모두 떠나 보내고 싶었다. 나는 낮은 창턱을 기어올라 위에 섰다. 싸늘한 바람이 코끝을 스쳤다. 멋진 프로게이머가 된 나의 20살,30살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. 나에게 남은 많은 시간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. 나를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 환경에게 원망도 들었다. 하지만 이 창턱에서 뛰어내리면 영원한 안식 뿐이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굳혀졌다.

'아빠, 곧 만나요.'

나는 이제 끝이라는 마음으로 창턱에서 뛰어내렸다. 

슈우욱! 세찬 바람 소리가 들리자 나는 눈을 살포시 감았다. 


퍼뜩! 내가 예상햇던 둔탁한 아픔 대신 익숙한 감촉이 느껴졌다. 얼른 눈을 뜨고 살펴보니 내 침대 위였다. 

"뭐..지? 꿈이였나?"

어리둥절한 나는 몸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. 팔다리도 제대로 붙어 있었고 머리도 멀쩡했다. 아무래도 꿈을 꾼 것 같았다. 휴대폰 캘린더를 확인하니 11월 8일 토요일 10시. 내가 자살하기 딱 한 시간 전이었다. 

'그러고 보니 오늘 아빠 기일이네..'

나는 쿡쿡 아리는 마음을 진정시킨 후 밖으로 나갔다. 

"김도현! 너 마침 잘 왔어. 여기 앉아봐. 할 얘기가 있어."

이상하다. 분명 어디선가 이 말을 들은 것 같은데.. 

"도현아, 너 아직도 꿈이 프로게이머니?"

"응. 왜?"

나는 슬슬 불안해졌다. 꿈에서 본 것과 대화의 전개가 똑같았다.

"그래서 말인데, 미안하지만 도현아, 프로게이머말고 다른 꿈을 꿀 수는 없니?"

"솔직히, 프로게이머는 게임하는것 밖에 할 일이 없잖아. 엄마는 네가 공부를 더 열심히 하면 더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. 검사나 판사처럼 "

프로게이머를 무시하는 듯한 엄마의 말에 나는 화가 났다. 

"프로게이머도 엄연한 직업이야. 게다가 나는 엄마가 말하는 검사 같은 것 보다 프로게이머가 더 좋아!"

"항상 네가 좋다는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어!"
"아, 싫다고!"

"김도현! 엄마 말 들어!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!"

"내 인생은 내가 결정해! 신경 꺼!"

나는 방문을 닫고 거칠게 창문을 열었다. 이번엔 망설이지 않았다.

"이까짓 세상! 살아봤자 뭔 의미야!"

나는 빠르게 창턱에서 뛰어내렸다.

이번에도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. 하지만 눈이 금방 떠지지 않았다.

'이곳이 저승이구나.'

그때 내 머리맡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.

"벌써 두번째 자살이라니. 우리도 이제 더 이상 기회를 줄 수 없어요."

"제발 한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. 제발.."

아빠다! 둘 중 한명의 목소리는 틀림없이 아빠였다. 나는 아빠를 부르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.

"점말 마지막 기회입니다. 이번에도 똬시 자살한다면 우리도 더는 어쩔수가 없어요. 아들에게 삶의 가치를 잘 알려주세요."

무뚝뚝한 남자의 말이 끝나자 곧바로 눈이 떠졌다. 하지만 내게 보이는 것은 그것은 저승세계의 하늘이 아닌 익숙한 내 방 천장이었다. 시계는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.

'이게... 타임 루프라는 것인가?'

내가 멍해 있는 사이 바깥에선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. 

"김도현! 잠깐 이리 와 봐. 할 얘기가 있어."

내가 바깥으로 나오자 마자 엄마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.

"도현아, 프로게이머 말고 다른 꿈을 꿀 수는 없어? 나는 네가 공부만 더 하면..."

"엄마."

내가 나직히 엄마를 불렀다.

"엄마, 나 요즘 힘들어. 학교에서는 애들이 나 아빠없는 가난한 집 애라고 왕따시키고 놀려. 그런데 엄마는 그런 일에는 신경도 안 쓰고 내 공부에만 집착하는 것 같아서 속상해. 사실.. 나 자살하려고 했어."

엄마의 눈이 동그래졌다.

"뭐..뭐라고?"

"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."

내 말이 끝나자 부들부들 떨리던 엄마의 입술에서 쉰 소리가 새어나왔다.

"도현아.. 난 네가 잘 지내는 줄 알았어. 네가 그렇게 힘든지는 생각도 안하고 아빠를 안심시켜 준답시고 공부만 무작정 시키는 게 아니었는데... 내가 바보였어, 도현아. 미안해. 엄마가 미안해."

엄마가 눈물을 흘리며 나를 꼭 안았다.

'아빠 고마워요. 나중에 뵈요.'

 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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